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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셜록 4개 시즌을 전부 챙겨봤을 정도로 팬이었던 저는 '셜록'이라는 이름 하나만 보고 틀었는데 예상 밖의 설정에 시작부터 놀랐습니다. 익숙한 베이커 가의 천재 탐정 대신 옥스퍼드 대학 수위로 일하는 거친 청년이 등장했거든요. 그리고 그게 오히려 더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영 셜록 시즌1은 셜록 홈즈의 기원을 추리, 액션에 가족 서사까지 더해 빽빽하게 채운 작품입니다. 



모리어티, 이렇게 매력적인 악당이었나

제가 직접 시즌1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배역은 제임스 모리어티라는 인물이었습니다. 기존 BBC 셜록에서 모리어티는 처음부터 '완성된 악당'으로 등장했습니다. 런던 전체를 위협에 빠뜨릴 만한 일들을 벌리면서도 그것을 셜록과의 게임처럼 여겨, 시청자들에게 극도의 긴장감을 전달하던 악역 중의 악역이었죠. 그런데 영 셜록에서의 모리어티는 뛰어난 관찰력과 두뇌로 셜록과 우정을 쌓아가는 인물로 출발합니다. 셜록이 수위로 일하면서 몰래 강의를 듣는 장면에서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먼저 다가오는 것도 모리어티입니다. 

영 셜록 시즌1에서는 이야기가 진행되며 모리어티의 내면과 가치관은 서서히 변화합니다. 시즌1 전체에서 가장 정교하게 설계된 부분이라고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처음엔 셜록의 조력자로 등장해 함께 도서관 폭탄 사건을 해결하고, 탈옥까지 돕더니, 후반부에서는 말리크가 완성한 무기 방정식에 눈을 빛내고 비어트리스를 몰래 만나며 균열을 드러내죠. 

시리즈를 보다 보면 셜록보다 모리어티에게 감정 이입이 되는 장면이 훨씬 많았습니다. 사람을 처음 죽인 뒤 죄책감보다 이상한 무감각함을 보이는 장면, 방정식을 손에 넣고 조용히 비어트리스를 찾아가는 마지막 장면까지, 이 시즌은 모리어티가 괴물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라고 봐도 좋겠습니다. 오히려 셜록이 모리어티에게 묻히는 느낌이 드는데, 이것이 제작진의 의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셜록과의 첫 만남: 호지의 시계 도난 사건을 날카롭게 알아채며 접근
  • 우정의 절정: 감옥에 잠입해 셜록을 탈옥시키고 함께 사건을 추리
  • 균열의 시작: 무기 방정식에 집착하며 비어트리스를 몰래 만남
  • 시즌 말미: 방정식을 손에 넣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태도 노출

 

셜록의 가족사가 이렇게 깊을 줄 몰랐습니다

셜록의 가족사가 사건과 이렇게 촘촘하게 엮이는 스토리는 지난 BBC판 셜록에서는 없었기 때문에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영 셜록 시즌1은 표면적으로 옥스퍼드 대학의 폭탄 음모와 청나라 공주 슈안의 두루마리 도난 사건을 다루지만, 실제로는 홈즈 가문 자체가 사건의 핵심입니다.

셜록의 아버지 사일러스는 시즌 전반에 걸쳐 아주 천천히 그 실체를 드러냅니다. 여동생 비어트리스가 사고로 사망했다고 알려졌는데, 셜록이 의심의 실마리를 하나씩 잡아당기면서 비어트리스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목숨을 잃은 날 현장에 다른 의사를 부른 사일러스, 코델리아가 비어트리스를 확인하지 못하게 막은 정황, 그리고 매년 선물을 보내온 주소가 모두 사일러스로 이어집니다.

내러티브 서스펜스(narrative suspense)란 독자 혹은 시청자가 결말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느끼는 긴장감을 말합니다. 영 셜록은 가족사를 이 내러티브 서스펜스의 뼈대로 활용합니다. 사일러스가 총을 겨눈 셜록에게 완벽하게 반박하다가, 모든 것이 탄로 나자 도주하는 장면은 시즌 전체를 통틀어 가장 숨 막히는 순간 중 하나였습니다.

런던에 있는 셜록 홈즈 박물관을 직접 방문했을 때(출처: The Sherlock Holmes Museum), 221B 베이커가의 방이 소설 속 묘사 그대로 재현된 것을 보며 영국인들의 셜록에 대한 애정을 실감했습니다. 영 셜록 역시 그 디테일에 대한 존중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셜록이 런던 감옥에서 풀려나 정신병원의 어머니 코델리아를 만나는 첫 장면부터, 가족이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있는지를 미리 암시합니다. 시리즈 시청 중반부가 넘어가면서 "아, 이 드라마는 단순히 셜록의 추리에만 맞춰진 게 아닌, 가족이나 모리어티 등 주변 인물들의 디테일도 잡았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천재성이 완성되는 과정, 익숙한 셜록의 고정관념이 박살 났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한테 셜록 홈즈는 태어날 때부터 완성된 천재라는 이미지가 오랫동안 박혀 있었거든요. 특히 BBC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연기한 셜록은 완벽한 추리 기계처럼 등장합니다. 그런데 영 셜록은 그 천재성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이 관점의 전환이 처음엔 낯설었습니다. 

셜록 홈즈식 추리의 핵심은 일명 추론 알고리즘으로, 관찰된 개별 사실들로부터 논리적 결론을 도출하는 사고방식입니다. 영 셜록에서 이 추론 과정은 완성된 형태가 아닌 시행착오의 연속으로 그려집니다. 페레그린과의 추리 대결에서, 도서관 사건에서, 그리고 샤오의 정체를 파악하는 긴 여정에서 셜록은 때로 단서를 놓치고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도 합니다. 이런 점이 셜록의 인간미를 높여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셜록이라는 인물은 시청자나 독자들에게 어느 시대, 어느 형태에 있든 '추리'라는 본질을 잃지 않는 매우 잘 설계된 캐릭터이기에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21세기 런던에 사는 셜록도, 원조격인 1800년대 후반의 셜록도 모두 '셜록'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설득력을 가졌거든요.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시리즈 내내 셜록의 카리스마 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쌓아놓은 기준이 너무 높은 탓도 있겠지만, 영 셜록의 주인공은 아직 자기 자신을 증명해 나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그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걸 결점으로 봐야 할지, 기획 의도로 봐야 할지는 시즌2가 나온 뒤에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버지의 배신, 여동생의 비밀 같은 외부 사건들보다 셜록이라는 인물 자체에 집중한 에피소드들이 늘어서 그의 매력을 더 펼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영 셜록은 BBC 셜록이랑 같은 작품인가요?

A. 전혀 다른 작품입니다. BBC 셜록은 영국 제작 드라마로 21세기 현대 런던을 배경으로 하고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반면 영 셜록(Young Sherlock)은 180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셜록의 청년 시절을 다룹니다. 동일한 셜록 홈즈 원작을 기반으로 하지만 제작사, 배우, 배경이 모두 다릅니다. 

 

Q. 영 셜록 시즌1에서 제임스 모리어티는 악당으로 나오나요?

A. 시즌1에서 제임스는 악당으로 완성된 형태가 아닙니다. 처음에는 셜록의 절친한 동료이자 조력자로 등장하며 함께 사건을 해결합니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무기 방정식에 집착하는 등 균열이 드러나며, 괴물로 변해가는 1막이 시즌1의 역할입니다. 기존 셜록 시리즈와 달리 모리어티의 기원을 보여준다는 점이 이 드라마의 핵심 차별점입니다. 

 

Q. 영 셜록 시즌1 결말에서 샤오는 어떻게 되나요?

A. 샤오는 시즌1 말미에 부모님의 복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합니다. 말리크 교수를 직접 처리한 뒤 고향으로 돌아가며, 무사히 회복한 류메이의 모습을 확인하는 장면으로 샤오의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셜록과의 관계는 긴장감 있는 협력으로 남으며, 시즌2에서의 재등장 가능성도 열어두는 결말입니다. 

 

Q. 영 셜록 시즌1에서 비어트리스가 살아있다는 걸 언제 알 수 있나요?

A. 시즌1 후반부에 셜록이 아버지 사일러스를 의심하면서부터 실마리가 풀립니다. 사망 당시 다른 의사를 불렀던 정황, 코델리아가 시신을 확인하지 못하게 막은 점, 매년 선물이 발송된 주소 등 단서들이 하나씩 쌓이며, 결국 셜록이 직접 무덤을 파헤쳐 확인하면서 비어트리스가 살아있음을 확신하게 됩니다. 호지의 비서 이디가 비어트리스라는 반전은 시즌1 최대의 충격 포인트입니다. 

 

 

결론

영 셜록 시즌1은 '셜록'이라는 이름을 빌렸지만, 실제로는 세 개의 서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드라마입니다. 제임스 모리어티의 기원, 홈즈 가문의 비밀, 그리고 천재성이 완성되기 전의 셜록. 이 세 축이 교차하면서 시즌1이 완성됩니다. 유머, 속도감, 연출 모두 무난 이상이었고 특히 제임스 모리어티를 중심으로 한 서사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제가 BBC 셜록을 먼저 깊게 본 팬의 시각으로 보자면, 카리스마 면에서의 아쉬움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비교 대상이 너무 강한 탓이기도 합니다. 셜록 홈즈라는 캐릭터가 어느 시대에 놓여도 작동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이 시리즈를 계속 보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시즌2에서 제임스가 어느 방향으로 갈지가 지금 가장 궁금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aSeadv54rM&t=292s